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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민자 지도사로 살기

이제쯤은산촌에서 2011. 4. 9. 00:18

내가 이 직함으로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3년차가 되었다.

첨엔 무슨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그저 외국인들과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진다기에 영어공부를 현실감있게 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지원했다. 나를 추천한 지인의 생각으론 나에게 딱! 알맞은 일이라는 것이다.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었고 또 이 일의 성격을 듣고 나니 나도 정말 이 일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나는 이 일이 맘에 든다.

초반의 기대감처럼 영어를 배울 기회는 많지 않다.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인이나 서양사람들은 많지 않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이 가장 많으며 캄보디아와 일본 우즈베키스탄 태국등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내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을 느낄수 있게 해 주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이들은 외로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에 필요한 많은 정보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들까지도 조금만 도움을 주면 내가 마치 대단한 것을 도와 준 듯이 감격해하고 감사해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민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것도 사실이어서 절대적으로 도움의 통로가 필요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출신국별로 차이가 있어서 같은 이민자들이라도 일본여성들은 나름대로 잘 적응하여 아이들도 잘 키우고 한국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일본여성들은 통일교와 관련되어서 한국으로 시집온 경우인데, 종교적인 신념때문이기도 하고 또 선진국인 모국에서 기본적인 고등교육은 마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반면에 후진국을 출신국으로 둔 이민자들은 제나라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여성들이 많다보니 자녀의 교육면에서도 너무나 열악한 형태를 보인다.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먹이고 입히는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수 있다. 한국어를 배운다든가 여러 가지 정보를 얻는등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에도 일본여성들은 적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그런 면에서도 소극적인 면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지도사들이 한글을 가르칠 때에도 애로점이 많다. 시간약속을 자꾸 미루는가 하면 에습복습등 학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들이 어리고 집안일이나 농사일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먼저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배우고 자신의 부가가치를 끊임없이 고취시켜야 한다는 의식’을 갖도록 돕는 일은 쉬운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형성되어온 고정관념이나 그동안 살아온 생활패턴을 단기간에 바꿔야 하니 왜 안그렇겠는가. 이런 생각은 나만의 편견이길 바란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아주 잘 적응하고 모범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민자들도 많다. 천성적으로 부지런하고 재주가 많으며 순종적인 아시아계 여성들은 남편과 시부모님의 조그만 배려만 주어져도 그것에 감사하며 아주 성공적인 이민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서비스 했던 이민자들도 벌써 20명가까이 되었다.

5개월이란 기간이 지나면 헤어지게 되지만 계속 그들과 교류하기는 힘들다. 다시 배정된 이민자들에게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적인 관계를 원하기도 해서 그점이 안타깝다. 개중에는 특별히 더 마음이 쓰이는 이민자들도 있게 마련이어서 그들의 외롭고 힘든 상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늘 있지만 현실적으로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그저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하고 있다. 후티미아, 당티디우, 운펙트라씨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 젊은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온 것이 어쩌면 족쇄가 되어 있는 그들의 처지를 내 힘으로는 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올생튼씨가 가장 힘든 상황이어서 그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지만 그럴때마다 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 같아 편치 않다.

요즘은 나를 이 일로 사용하여 주시는 주님께 감사와 도우심을 함께 구하고 있다. 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내가 그들의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0. 3.12   아침에

 

 이 일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입국한지 얼마 되지않아 우선 한국어로의 의사소통이 되질 않으니 그보다 더 답답한 일이 있을까?

단어 하나하나 사전을 찾아가며 의사소통을 하자니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끝없는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리라, 말이 통하지 않는것에 더하여 그들의 결혼생활이 어려움에 처할 때 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짐작으로 그들의 어눌한 말들을 이해해 주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도와줄때 그들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고마움의 표시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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