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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중인 아들에게(1)

이제쯤은산촌에서 2011. 4. 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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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계형이가 논산훈련소에 입대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가 가야 하는 일이기에 담담히 보내리라

생각했다. 머리를 깍고 들어오던날 생각보다 머리깍은 모습이 예쁘다고 말하는 날 보고 계형이가 말했다.

"엄마는~~~ 다른엄마들은 머리깍구 오면 눈물난대던데"

했다.

3주전 보드를 타다가 손목뼈가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그동안

깁스를 하고 지내더니 혹시 입영이 연기될까봐 과감히 붕대를 풀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입대한 아들을 보면서 한편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나중에 복학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빨리 가기를 원하니 그저 제 판단에 맡기는 수 밖에..

어쨌든 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두고 돌아서는 마음이 영 허전했지만 어차피 넘어야할 산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애써 태연해지기로 했다.

그런데.

치과치료를 위해 남편혼자 춘천으로 보내고 서울에 하루 더 남았던 나는 춘천으로 향하는 길에 전철안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춘천역에 도착할 시간을 알리면서 마중나올 수 있는가를 묻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한마디 지나가는 말로 덧붙였다.

"엊저녁에 훈련소에서 집에 돌아와보니 계형이가 편지를 쓰고

갔는데 20만원이라는 거금과 함께 21년동안 잘 키워줘서 고맙다

구 썼어 그리구 그 돈 가지구 엄마아빠 여행가래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두 애써 키워놓은게 헛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많은사람들이 계형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나니 한결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래. 나라에 충성하고 오히려 군생활을 인생의 황금기로 보내고 돌아올꺼야. 그렇게 마음먹어야지.

 

대한민국의 아들가진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똑같겠지.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그래서 생긴건가보다.

모든 입영군인이여 화이팅!

 

                                                         2006/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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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네가 보낸 편지를 받고서 감개무량했다.

이젠 네 걱정은 좀 덜 해도 될것같은 생각도 들었어.

너의 일을 네가 스스로 알아서 다 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애처럼 항상 염려스러웠었는데 이제야말로 진정한 대한민국의 사나이가 된 것 같아 다행이다.

 

네 옷은 잘 받았다. 네 편지가 있었기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단다. 이젠 명실공히 진정한 군인이 되었다는 표시이기도 하겠지.

고성은 네가 전에 금강산호텔로 엠티갔던 곳과 가까운 곳이라 전혀 낯설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민간인이었을 때와 군인일 때는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 느낌은 다를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정도를 벗어난 일을 하지 않는일 일거야.

군에서 정도대로 하지 않고 어긋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위험과 직결되는 일이니까 말이야.

항상 네 몸은 네가 신경써서 지키고 덤벙대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 화천에 갔었어.

작은 엄마가 다음주엔 필리핀엘 들어가시니까 송별회 하러 간거였어. 12월쯤 애들하고 한번 다시 나왔다 가려나봐. 다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엄마도 더 열심히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동료를 잘 사귀고 너 또한 누군가에게 좋은 동료가 되도록 애쓰렴. 될 수 있는대로 누구와도 불편한 관계는 만들지 말아라. 그래야 너의 군생활이 즐겁고 편할거야.

세상에서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우게 될거야

 

너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늘 기억해라.

늘 주님을 마음에 새기는 것 잊지 말고.

군에 있는 시간들을 오히려 네 발전의 좋은 기회로 삼는다면 뭔가 남이 얻지 못하는 걸 얻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 항상 낙천적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네 동생은  6월 7일 오전 5시반 비행기로 돌아올거야.

이제는 좀 컸는지 자기가 혼자 올테니 마중나오지 말라고 하더구나. 부모 떨어져 혼자 살아보더니 기특하게도 철이 들었나봐.

스스로 홀로선다는 건 그만한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을거야. 너 또한 그 과정을 겪고 있는거고.

 

아들아.

힘든 훈련 잘 이겨내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게 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치?

모쪼록 건강에 유의해라.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이세상에 없는 것이니까. 우리 아들 파이팅!/

 

              아들이 보고 싶은 엄마가 썼다.            

 

                                                         강원도  신병교육대대 훈련병인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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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게 너의 편지를 받고 보니 엄마야말로 감개가 무량하다. 그러면서 너의 어릴적 모습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너무나도 순진하고 천진했던 너의 모습이 하나의 그림처럼 엄마 의 눈에 아름다운 잔상으로 남아있단다. 아빠의 베개 만하던 네가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해서 엄마아빠의 듬직한 수호천사로 자리 매김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오늘은 공부방이 호반초교 부근으로 이사를 해서 온 교인이 그 곳에 가서 이사예배를 드리고 지금 왔어. 올 11월에는 공부방 6학년 아이들 10여명을 데리고 대만 여행 간댄다.

공부방을 이끄시는 목사님들의 신념을 바라보면서, 어떤 일이든

꼭 이뤄지리라고 믿고 하나님께서 도와주실것이라 확신하며 최선을 다하면 정말로 꼭 이루어지는걸 경험하게 된다. 다들 돈 없고 못사는 애들을 어떻게 해외여행 시켜줄까 걱정했지만 후원자들도 속속 나타나고 점점 가능하게 되는거야. 그래서 앞서가는 사람들은 똑같은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시각이 다르니까 할 수 있는것 같아. 긍정의 힘이 그래서 중요한 거지.

아이들이 일단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나면 꿈의 차원이 달라지고, 막연하고 희미했던 인생의 목표가 보다 확실해지는 계기가 될거야. 목사님들도 그걸 기대하시는 거구.

그래서 엄마아빠도 너희들이 될수 있으면 국내든 국외든 여행을 많이 하도록 도와주고 싶단다.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보다 차원높은 꿈을 가지며 의욕에 넘치는 젊은 날을 소유하길 바란다.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엄마는 요즘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학창시절부터 배우고 싶던것을 이제야 배우니까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3~4개월만 배우면 센타에서 캠프갈 때 써먹을 수 있을것 같아. 엄마는 다른사람보다 조건이 좋아 빨리 배울수 있을거야. 음악을 알고 바이올린 을 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엄마가 코드를 너무 빨리 잘 잡는다고 칭찬하셨어.^^>

네 말대로 가을이 벌써 계절의 한 가운데 와 있다. 산책하기도 좋구 바람결도 신선하게 와 닿는 때이지.

요즘 CGV에 ‘맘마미아‘ 라는 영화가 들어왔는데, 스웨덴의 가수 ’ ABBA' 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영화야. 엄마세대들은 다 아는 노래들(예를 들어 I HAVE A DREAM, 워털루등)로 만들어져서 너무 흥미로웠다. CGV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가봤는데 영화관이 좋긴 하더라. 아빠랑 함께 영화를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가을날에 분위기 좋게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엄마아빠는 너희들이 인생을 즐길 줄도 아는 멋있는 청년들로 커갔으면 좋겠다. 때론 낭만에 대해서 논할 줄도 알며 빠르고 빡빡한 사회생활 속에서도 음악과 여유를 찾을 줄 아는 삶을 살기를 바래. 남을 위해 내것을 조금 희생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고... 그 기쁨은 아는자만이 아는거란다.

엄마아빠는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맞으면서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삶을 살고 싶다. 받기만 하던 삶에서 이젠 나눠주는 삶으로 말이야. 그래서 선교여행도 가고 싶고. 못이룬 꿈도 새로이 펼치고 싶고 그래. 엄마세대는 넓은 세상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인생을 소극적으로 살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몰라. 너희들도 이제 홀로서기를 할만큼 성장했으니 이제 너희들에게 스스로의 일은 맡기려 한다. 앞에서 끌어주는것보다는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바꾸는것이 너희들의 용기있고 자신감 있는 삶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어디를 가든 너희들은 당당하길 바란다. 첫째는 자기 자신에게당당하고 그다음엔 누구앞에서든 어떤 환경에서든 당당하게!

 

아들아!

늘 너를 위한 엄마아빠의 기도소리를 잊지 말아라. 결코 기도의 힘을 얕보지도 말고. 알았지? 살아갈수록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진정 귀한 것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엄마는 요즘 아침에 헌이 학교 픽업해주고 오는길에 교회에 들러 아무도 없는 조용한 때 기도하곤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도 귀하다. 이제까지의 삶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신앙고백이

저절로 나오는 걸 경험한다. 너도 틈틈이 너와 하나님과 둘만의 시간에 진지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면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엄마는 너무 많은 복을 받았다는 생각도 들고. 왜냐면 아빠처럼 좋은 남편도 있고너희들처럼 반듯하고 성실한 아들이 둘이나 있으니 그이상 복이 어디 있겠니? 더구나 50이 넘은 나이에 센타에서 이민자들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할 기회도 주어졌으니 말이야.

요즘 이 일을 하면서 너무 많은 보람을 느낀다. 한국생활이 어렵기만 한 그들을 위해 진정한 마음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사랑해주면 그들도 엄마를 믿고 의지하며 속엣 얘기를 다 털어놓으면서 ‘선생님 저의 답답한 마음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한국말도 가르쳐주고 여러 가지 살아갈수 있는 용기를 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하고 말할때면 함께 눈물을 흘릴때도 많단다. 우리집에도 다들 와 봤어. ‘너무 집이 예뻐요’ 하는 그들의 눈에는 자신들도 앞으로 선생님처럼 꾸미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보인단다.

남은 기간동안 최선을 다하고 항상 끝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거 알지? 부하들에게 너그러우면서도 솔선하는 상사가 되렴.

끝까지 안전 근무 잊지 말고. 알았지? 너의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며 엄마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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