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물원> <고릴라>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그래픽디자이너 겸 의학전문화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으로 간결한 문체와 그림으로 세태를 풍자하고 있는 작가의 또다른 관심작이다. 다수의 작품들에서 현대 사회를 객관적이고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온 작가의 생각이 이 작품에도 잘 드러나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힘이 있다.
현대 사회의 4인가족의 일상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간단한 그림으로 나타낸 이 책의 줄거리는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집안의 모든 일을 홀로 당해야 했던 아내가 어느날 집을 나감으로써 남은 가족들의 불편함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가족들의 관심 밖에 있으면서 당연시되던 주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고, 아내이자 엄마인 주부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후에는 가족 모두 함께 집안일을 돕는 생활로 변함에 따라 이제는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아내가 가출중일 때의 남은 가족들의 생활상을 '사람들'이 아닌 '돼지들'로 그려내므로써 엉망진창이 돼 가고 있는 집안 모습이 마치 돼지우리가 된 듯한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시대는 물질만능의 가치관이 팽배하고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직장이나 학교에 가는 일 등이 최우선시되고 있는 반면에 삶의 근간이 되는 집안일은 상대적으로 하찮게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강한 힘을 얻고 있는 요즘 여성이 집안일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여성들도 남성들 못지않게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집안일까지 혼자 감당한다면 아내는 삶에 지칠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더 나아가서는 가족의 와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가족들의 도움으로 평화를 되찾고 난 후의 책의 마무리 부분에서 '엄마도 행복했습니다' 라든가 '엄마는 차를 수리했습니다' 라는 문장은 집안일을 혼자만 감당하던 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주부의 행복감을 대변하고 있다. 다만 이 책에서 보여준 주부역할이 반드시 여성일 필요는 없다. 살림하는 남자들이 늘어간다는 세태를 볼 때 남성과 여성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행복한 가정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함께 돕고 배려할 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남녀노소 모두가 읽을 대상이며 특히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집안일을 혼자 감당해 왔던 여성들의 가슴을 뚫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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