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센터장이 되고 보니...

이제쯤은산촌에서 2014. 9. 10. 23:28

 생각지도 않게 지역아동센터장이 되었다.  지역아동센터와의 인연은 짧지만은 않다. 우리 교회에서 운영하던 지역아동센터에 나는 무보수 자원봉사 단골 강사였다.교회가 센터의 운영자다보니 중직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자원봉사로 섬겼기 때문이다.  때로는 음악강사로, 때로는 동양매듭이나 손뜨개로, 또 때로는 영어강사로  오랫동안 아이들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종사자로서의 근무는 생소하니 그간의 직장경험을 총동원해야 할것 같다. 실제로 다문화센터 사회복지사 경력이 꽤 되고 보니 그것이 재취업의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얼마전부터 지역아동센터장의 자격조건이 강화되어 3년이상 아동관련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한 경력이라야 센터장의 자격이 된다는데 춘천에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았다니 나로서는 행운인셈이다. 하지만 시설의 장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뜻이다. 아닌게 아니라 부임하자마자 지난 3년간의 센터 운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니.... 어쨌든 이왕에 맞닥뜨린 일이니 어쩌랴. 출근 첫날부터  매뉴얼을 보고 평가 준비에 돌입했다. 서류에 치여서 퇴근시간도 훌쩍 넘긴 시간에 퇴근하기가 일쑤였다. 밤 9-10시 퇴근을 밥먹듯 하기를 두달이 넘도록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지 짐작이 가리라.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배정됐다는 사회복지학 교수와 다년간 센터장 경력이 있는 서울지역 센터장이 평가위원인데 서류를 참 잘해놨다며 칭찬했다. 85점 이상이 될거라며 춘천에서도 상위권 점수라니 그동안 힘들었던 게 한순간에 가시는 느낌이다. 평가를 받고 보니 센터 운영에 눈이 뜨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힘들어도 '평가'라는 게 필요한 것이긴 하다. 업무파악에 큰 도움이 되니 말이다. 반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시설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일이 아랫사람을 다루는 일인것 같다. 윗사람으로서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지혜롭게 일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아동센터는 30명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방과후 돌봄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