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어제 텔레비전을 보다가 채널을 돌리다가 눈에 들어오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끝부분을 잠깐 보게 되었는데 전후내용은 알수 없었으나 대략 4,50대의 중년들이 학창시절 동창생들과 함께 10년주기로 함께 떠나는 여정을 카메라가 동행하며 스케치한 프로그램인듯 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취지나 자세한 내용은 알수 없었으나 여행을 마치고 서로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추측컨대 그들이 떠났던 여행지는 중국 어딘가였나 봅니다. 여행자들은 저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몇십년전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여행하며 가진 느낌에 대해 감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서도 아련한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떠올랐습니다.
‘ 그시절이 정말 그립다’
‘그애들은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랬습니다. 지금 나이엔 옛추억이라면 이상하리만큼 모두 다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각인되어 있으니 웬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얼굴에 미소가 지어질 뿐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일들로 다가왔던 일들도 없진 않았을겁니다.
얼마전 방영되었던 tv프로그램 ‘세시봉’을 보셨나요? 제겐 근래에 보기드문, 보고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정말 귀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세시봉 멤버들과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들과 함께 소유하고 공감했던 음악들이 너무도 친밀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향수랄까요?
MBC에서 유재석,김원희씨를 M.C로 내세워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을 작년 9월경 시작하게 되었는데 제1회 게스트로 초빙된 가수들이 바로 세시봉친구들이었습니다.
정신없고 시끄러운 요즘 음악이 온 TV를 장식하는 요즘 우리세대들이 즐길수 있는 음악프로그램이 가요무대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저에겐 가뭄에 단비같은 프로였죠. 제가 좋아하는 포크송 프로는 아예 없어져 버린 듯 합니다.
세시봉이 9월에 처음 방영되었을 때에도 그 프로를 시청하면서 참 행복했었는데 저와 생각을 같이하는 시청자가 많았던지 MBC는 2011년 설특집 프로그램으로 다시금 ‘세시봉 1,2부’를 방영하였습니다.
그날 저는 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모든 하던 일을 중단하고 TV에 집중하였죠. 입담좋은 그들의 재치있는 말들도 그 어느 오락프로그램 못지 않게 즐겁고 재미있었지만 그들이 화음맞춰 불러주는 노래들은 나를 40여 년 전의 젊은시절로 단번에 돌아가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LET IT BE ME
YOU ARE THE REASON
SEE OF HEART BREAK
COTTON FIELDS
GREEN GREEN GRASS OF HOME
LOST LOVE
SAVE LAST DANCE FOR ME
하얀 손수건과 웨딩케익
친구
JAMAICA FAREWELL<함께 출연한 이익균의 베이스에 나는 홀딱 반해 버렸다>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DETROIT CITY
모두다 주옥같은 음악들입니다. 그들의 아지트였던 소위 음악다방이라 일컫는 장소를 젊은시절의 나도 가끔 들르곤 했기에, 그곳의 분위기가 영 낯설지만은 않은데다가 그들의 음악 또한 나의 젊은 시절의 삶속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한 페이지로 늘 함께 했었습니다. 그땐 라디오가 주를 이루던 시대이므로 밤이면 늘 라디오 음악프로그램과 함께 잠들곤 했었습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꿈과 음악 사이에’
‘밤의 플랫홈’
등의 자정프로그램들을 듣기 위해 라디오를 이불 속에 껴안고 매일밤 잠들곤 했습니다. 그땐 정말 팝송의 위력이 대단했죠.우리 집엔 커다란 낡은 전축과 오래된 LP판이 꽤 많았습니다.
오빠들이 팝송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나 또한 뜻도 모를 팝송 가사를 흥얼대며 팝송의 매력에 폭 빠져 있었지요. 세시봉 친구들은 저보다는 10여년정도 윗세대지만 동세대라 해도 결코 손색이 없을만큼 저의 젊은날은 그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세시봉을 보면서 모처럼의 행복한 시간들이었기에 저는 인터넷 다시보기를 통해 너댓번은 더 시청했나 봅니다. 예전엔 어렴풋이 알았거나 개중에는 뜻도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음악이 좋아 흥얼거렸던 팝송들을 이제와서는 가사도 찾아보고 뜻도 해석해보면서 또다른 느낌으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곡은 알지도 못하고 흥얼거렸던 내용들이 아주 퇴폐적이거나 선정적인 것들도 있었더군요. 아무튼 요즘 저는 길을 걸으면서도 그 시절의 노래들을 흥얼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사실 몇 십 년동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송매체들이 우리세대의 음악들을 도외시 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젊은이들 위주의 방송 쏠림현상이 너무 심했죠. 그랬기에 이번 세시봉 방영은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저뿐아니라 세시봉에 감명받았다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까요.
세시봉 친구들이 전국투어를 시작했다죠? 춘천에도 온다기에 예매하려 했더니 제겐 너무 비싸더군요.
의외로 그들이 연주하는 기타곡들이 연주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코드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전 요즘 인터넷으로 다시보기 하면서 함께 기타 연주하는 일을 새로운 낙으로 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