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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졌어요.

이제쯤은산촌에서 2011. 4. 23. 18:54

 

우리교회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신 남자 성도사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팔순이 다 되신 노구를 이끌고 하루도 결석함이 없이 주일예배에 출석하시던 분이시지요.

늘 예배후엔 점심식사도 잘 드시고(이가 없으셔서 딱딱한 건 못드시고 국물만 드시지만), 교우들이 커피라도 타드리는 날엔 어린애처럼 해맑게 소리없는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감사해 하시던 성도님이십니다.

평소의 삶의 모습이 선하고 조용하시던 두 내외분은 몇년전 부인께서 교회차를 타셨다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셨었는데, 점차 병세가 중하여지면서 그 이후로 오늘까지 쾌차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아마 연세가 있으셨던 탓이었겠지요.

홀며느리와 영 맘이 맞지 않아 두분만 따로 사시면서 마음만은 편했건만,병이 길어지고 깊어짐에 따라 부인의 병수발에 한계를 느낄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되자 부인은 결국 서울 아들네 집으로 올라가시고, 성도님 홀로 춘천에 남아계시게 되었고 가끔 춘천에 있는 자녀들이 조석을 챙겨드리려 들르곤 했답니다. 그런 와중에 일을 당하셨으니 그 어려움이 오죽할까요

 

그날도 성도님은, 혼자 있는 무료함도 달랠 겸 동네어귀로 운동하러 나가셨다가 낙상을 하셔서 갈비뼈 두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으셨습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빨리 쾌차하기 쉽지 않으것이라는 짐작들을 하며 우리 교우들은 마음속으로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목사님 두분과 몇몇 교우들이 병문안을 가게 되었습니다.우리 일행이 병실에 들어서자 목사님이 오셨다고 억지로라도 일어나 앉으려 애를 쓰시더군요.

우리들이 극구 만류했건만 기어이 일어나 앉으셨습니다.

목밑에 주사바늘을 꽂으시고 팔뚝 여기저기에 시퍼렇고 깊은 멍자국이 커다랗게 나 있는 성도님을 뵈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목사님께서 읽으시는 성경말씀을 들으시면서 노 성도님은 눈믈을 연신 닦으셨습니다.

참석했던 우리 모두는 모두함께 눈시울을 붉혔지요.

그 눈물엔 깊은 고독의 그림자가 느껴졌습니다.

몸은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치유가 되겠지요.(의사말로는 움직이지 말고 3개월 가량 있으면 괜찮아 질거라고 한답니다, 의사가 도울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겠지요.)

 

문제는 마음입니다

몸은 아파도 마음은 아프지 말아야 하는 건데....

부인이라도 옆에 계셨으면 덜 외로왔을텐데...

자녀들이 있긴 하지만 자신들의 삶이 바쁘기에, 단지 좀 오래 머무는 손님과 다를게 별반 없어보입니다.

 

우리인간에게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고질의 병이 있다면 '고독' 일것이라고 어느 책에서인가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있으면 훨씬 견디기 쉬운 일들을 혼자 겪음으로서 살을 저미는 듯한 아픔을 느낄때가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것인지...

아무런 힘이 없는 어린아이를 홀로 두고 떠나는 어미처럼 영 병원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손을 만져드리면서

    '기도할게요'

하고 말씀드렸지만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려는지.... 검버섯이 얼굴에 넓게 퍼진 성도님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길게 남습니다.자주 찾아뵐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서로에게 옆자리를 빌려주고 내어주는 것 이상의 섬김은 없을것입니다.그 대상이 어느덧 인생의 노년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겠지요.,젊을때는 고독을 느낄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을테니까 말입니다.

날씨가 추워옵니다.

고독의 그림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