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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장을 쉽게 만드는 법을 배워왔어요.

이제쯤은산촌에서 2011. 4. 21. 22:18

복잡했던 일상을 정리하고 양육교사로 일할 계획이었다가 화천팀은 대기발령(?) 중이라 남아도는게 시간뿐인 처지가 되었다. 모처럼 한가한데 날씨마저 푸근하니 어디 냉이라도 캐러 가고싶은 날이다.

마침 늘 가까이 지내는 이가 농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시골전통된장을 만드는 체험이 있다고 함께 가자고 하기에 따라 나섰다.. 전통 된장 고추장은 손맛 좋으신 시어머님께서 만드시는 걸 누누이 보아왔지만 막상 혼자 담그려니 엄두가 나지 않던 터라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배워야 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원주 신림 부근의 한 농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경이다. 황토로 지은 집에 들어서니 집을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벽지와 장판에서 나는 냄새가 낯설지 않다. 예전에 어렸을적 엄마가 장판지를 바르시던 생각이 났다. 엄마는 새로 바른 누런 장판지위에 콩물인가 (어렸을적 기억이 확실치 않다) 를 바르셨는데 그걸 바르면 장판이 반드르르해지고 색깔도 제법 진해지면서 한층 세련된 장판지로 변하는 것이었다. 자연 닮았던 예전 삶이 잠시 그리워진다.

떠들썩한 분위기도 잠시, 농촌기술원 과장이라는 이가 나와 장황하게 작금의 농촌현실에 대하게열변을 토활실에 이명박정부가 농촌진흥청을 없애려 횈실는 이유로 그녀의 신랄한게 탄을 받고 있었다. 공짜로 점심도 주고 돈 주고도 못할 게괠한게체험 시켜 준다니 소리내ힴ청을불평은 못하고 길어지는 연설에 너도나도 하품 일색이다. 나중에 설문지 조사 한다는데 연설이 너무 길었다고 써야지.

오랜 인내 끝에 생전 끝날것 같지않던 과장님의 연설이 끝나고 드디어 체험장 운영자분의

장 만드는 비법 설명이 시작되었다. 무공해로 만든다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하는 폼이 그저 친환경적이라면 꺼뻑 죽는 우리네 현대인의 아킬레스건을 잘 알고 있는듯 했다. 웰빙이라는 말과 함께 이젠 식상하게 된 몇몇 말들--예컨대 신토불이, 무공해같은--이 지루하게 여겨 지려는 찰나 드디어 설명이 끝나고 모두 마당에 벌려놓은 체험장으로 가란다.. 커다란 고무대야와 메주 2덩이씩 각 팀별로 주어졌다. 나는 디카 찍느라 장 만드는건 뒷전이 되었다.

장 담그는 자체는 아주 쉬웠다. 재료준비가 문제지 뭐.

재료: (간장 1.8리터, 된장 14kg분량)

- 메주 1말(보통 대형메주 3덩이의 양) (20-25일정도 띄우는데 10월~1월사이에 콩을 삶아 빚어 80-90%는 매달아 말린후 아랫목에 띄운다. 푸른 곰팡이가 많이 나올수록, 냄새가 좋을수록좋다 - 물(끓여서 식히거나 생수를 보자기에 걸러 불순물 제거한것) 10리터

- 천일염(1년정도 간수를 뺀것) 2,8kg( 볶은소금으로할 때는 2kg)

1. 천일염을 볶아 암모니아를 제거한 후 물에 녹인다. (각자 간장이 필요한 양에 따라 물 조절)

② ①에 싱싱한 달걀을 띄워 달걀이 물밖에서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보일 정도의 소금염도 (염도 계17-18도)로 맞춘다.

③ 메주는 흐르는 물에 씻어 지푸라기등을 제거하고 햇볕에 하루 이틀 말려 물기를 제거한다.

④ 항아리를 잘 소독하여 메주가 잠길정도의 소금물을 붓고 마른 고추와 불에 달군 숯을 넣어 60일정도 숙성한후 메주를 건져 치대어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키면 된다.

⑤ 메주를 건지고 남은 물이 간장이다. 염도가 맞으면 달이지 않아도 된다. 보통 정월달 말날(horse- day)에 담근다.

⑥ 보관은 양지쪽에 비치는 천으로 씌우고 항아리 뚜껑을 여닫으면서 정성껏 관리해야 맛이 좋다. 유리뚜껑은 공기가 통하지 않아 좋지 않다.

*매실고추장(5.5kg의 양)

재료: 고춧가루(씨까지 곱게 빻는다) 1kg

매실엑기스액 2kg

메주가루(청국장가루로 하면 더 맛있다. 약간 덜 띄운 청국장가루도 좋다) 500g

천일염(볶아서 암모니아를 날린것) 600g

물(끓이거나 항아리에 받아놓아 1~2일 된것) 2리터

① 메주를 깨끗이 씻어 말린 후 빻아 가루로 준비한다.

② 천일염은 물에 잘 녹도록 저어준다. (볶은 소금은 잘 안녹으므 로 끓인물에 녹인다)

③ ②의 소금물에 준비한 매실액, 고춧가루, 메주가루를 순서대로 넣어야 잘 섞어진다.

④ 고루 잘 저어준다 (그래야 색이 곱다)-적은양은 거품기로,

⑤ 항아리에 담아 20-25도에서 숙성시킨다. 1년쯤 숙성해야 맛이 좋으나 1달쯤 또는 금방 먹어도 된다.

(조금 묽은듯 해야 농도가 맞는다. 놓아두면 되직해짐)

*매실고추장은 찌개에는 맞지 않고 무침이나 비빔에 좋다.

*매실엑기스액 만들기

-굵고 실한 매실을 골라 황설탕과 1:1의 비율로 섞어 항아리에 담고 밀봉한다..

(항아리는 숨을 쉬므로 밀봉해도 괜찮으나 유리병등은 밀봉하면 부풀어 폭발 한다)

-설탕이 아래쪽에 모여 굳어지므로 1주일쯤 지나 전체적으로 뒤섞어준다. 2,3번 반복한다.

-60일이 지나면 매실을 건져 장아찌를 만들고 액만 밀봉하여 2년정도 숙성시킨후 추장에 쓴다. (매실의 씨앗은 60일이상 두면 좋지않은 성분이 나온다는 설이 있음)

이젠 장을 확실히 잘 담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막연하게 어려울 것이라 여겼던 것인데 너무 간단하여 허탈하기까지 했다. 뭐 별거 아니네. 선무당이 사람잡는거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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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이 준비한 점심을 먹으러 집안으로 들어가니 맛있는 산채비빔밤이다. 아줌마들이 30여명 모였으니 남아날 게 있겠는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난리들이다.

나는 이것저것 기록하고 질문하느라 맨 나중 차례가 되었다. 음식은 푸짐했으며 그중에도 묵은 김치와 햇겉절이김치가 우리의 식욕을 돋구웠다. 너도나도 깻잎장아찌가 맛있다고 주인에게 비법을 물으니 이내 그 마음을 눈치채고 조금씩 싸준단다. 난 그것도 차지를 놓쳤다. 항상 뒷전에 물러나는 탓에 놓치는 게 많지만 그래도 즐겁다. 먹었으면 됐지 뭐 싸기까지야.... 스스로 위로한다. 그 집 마당에 붓꽃이 씨를 잔뜩 달고 바싹 마른채로 서 있는데 일행 한분이 주인의 허락을 받아 씨를 받고 있다. 나도 합세하여 씨를 좀 받았다. 시골에 있는 텃밭옆에 좀 심어봐야지.

봄비 내리는 춘천이 어느새 코앞이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주신 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