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결혼식을 했어요.
지난 5월 26일 춘천의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전통 혼례식이 '김유정문학관'에서 있었습니다.
5쌍의 다문화가족 부부가 그 날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요즘 저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온 OST 씨 부부도 그중 한 쌍입니다.
전통 결혼식에서는 시부모와 친정부모님의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K씨의 친정 엄마가 오지 못하므로 그 역할을 제가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결혼식 하루 전날 있던 예행연습에 참석할수 없게 되어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당일에는 참석할 수 있었기에 다행으로 여기고 아쉬움을 접었지요.
김유정문학관은 전통혼례식을 거행하기에는 좋은 장소인 듯 했습니다. 한적한 외곽에 자리잡았으므로 복잡하지도 않고, 시간에 쫒길 일도 없으며, 실레마을 부녀회에서 잔치음식을 도와주니까 손님 대접할 염려도 없고, 분위기상 전통혼례를 올리기엔 그만한 장소가 없는듯 했습니다.
몇 년전 화천지역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전통혼례식에도 참석했던 경험이 있던 저는 내심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시간은 좀 걸려도 우리 고유의 혼례식의 의미를 배워가며 외국여성들에게도 참 뜻있는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화천문화관에서 주관하던 그 때는 제대로 격식을 갖추었더랬습니다. 신랑신부 입장을 할 때도 신랑들은 얼굴을 손에 든 무엇인가로 가렸었고(부채처럼 생긴것인데이름은 모르겠군요) 신부들은 가마를 타고 입장했습니다. 놋쇠세숫대야에 손을 씻는 예식이라든지 사회를 맡은 이의 중요한 역할이라든지 아무튼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을 봐도 꽤 복잡한 절차가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결혼식은 대부분의 절차들이 생략된 듯했습니다. 30분정도만에 혼례식이 끝났고 나는 뭔가 하다가 만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건 저만의 느낌일 당사자들은 꽤 엄숙합니다. 전통결혼예복을 입은 신랑신부들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우리 눈에 익숙지 않는건 사실입니다. 나이가 많은 4,50대 신랑들에 20대초반의 앳된 신부들, 게다가 이미 한두명의 자녀를 둔 이들 부부의 결혼식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변해가는 길목에 있는 이들 가정은 그동안 보이지 않는 어려움들을 저마다 겪어왔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비록 다소 늦은 감이 있을망정 그들에게는 엄숙하고 진지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 OST 씨는 남편과 속초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네요.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 신부는 내심 들떠 보입니다.
지난달 출산을 해서 한달밖에 되지 않은 준영이는 너무나 이쁘게 생겼습니다. 20개월 위인 누나 나영이를 꼭 빼 닮아 천사가 따로 없지요.
아빠는 귀가 잘 안들리고 말이 어눌하긴 하지만 잘 생긴 얼굴에 사모관대가 썩 잘 어울려서 다섯명의 신랑들중 제일 멋있었습니다. 부디 이제까지의 어려웠던 한국에서의 기억들은 다 바닷물속에 흘려버리고 앞으로 두 아이들 예쁘게 키우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추카드려요. OST 씨~~~~~~~~~``
신랑들이 입장하기 위해 일렬로 서 있네요.
사회를 맡은 센터장님.
신랑신부 맞절
OST 씨. 행복하세요~~~~~~~~~~`